古代/군유질부君有疾否

3장.

shipo 2024. 3. 11. 16:57
이렇게 보니 나와 소 대인은 정말 인연이 있군요.


이렇게 보니 나와 소 대인은 정말 인연이 있군요.


주루酒楼에서 노래 부르는 여인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위층 다락방으로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사이에 있는 두 사람은 지금 아무런 아취가 없고 주의 깊게 들을 마음이 없었다.

초명윤은 수중의 금박을 입힌 부채를 몇 번이고 여닫다가, 마침내 귀찮다는 듯 탁상 위에 내려놓고는, 입을 열어 온 방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6년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내 집에 가지 않고 되려 주루 예약을 하다니, 두월은 이게 뭐 하는 짓 이래?” 그는 백자잔을 들고 손끝으로 가지고 놀다가 옆에 앉은 진소에게 물었다. “그의 모자란 머리로 경성의 길을 알아볼 수는 있을까?”

진소는 드물게 그의 표현을 반박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그가 경성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찾은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곧장 그의 사촌 형에게로 갔으니, 조금 있으면 틀림없이 그의 사촌 형이 그와 함께 올 텐데, 어떻게 길을 모를 수 있겠습니까?”

초명윤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진소의 안색을 자세히 보았다. 비록 평소 같은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그 힘이 들어간 입꼬리는 그가 긴장했음을 읽기에 충분했다.

6년 전에 그는 사부와 작별하고 창오산을 떠나려 했는데, 그의 이 사제가 기어코 그를 따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초명윤은 증오든 포부든, 모두 자신의 일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결코 언급하지 않았을뿐더러, 다른 사람이 개입하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소는 겉은 차갑지만 마음은 따뜻한 성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짐을 싸고 새벽에 그의 방문 앞에 서서 그와 함께 하산하기를 기다렸다. 입을 굳게 다문 데다, 아무리 쫓아내려 해도 쫓아낼 수가 없었다. 마침내 초명윤이 화를 내려고 하는 것을 보고서야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사형, 사부님께서는 당신의 이 길이 너무 고되다고 하셨습니다.”

진소는 이렇게 그를 따랐다. 국경 밖 전장에서 진귀한 조당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시체를 밟고 망령되어 권세가 대단한 태위이자,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간신이 되었다.

이것은 초명윤이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창오산에는 진소가 염려하는 사람이 있다.

제멋대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방임하고, 욕을 먹고 벌을 받는 것을 대신했다. 진소는 매우 조심스럽게 총애했고, 두월은 어리숙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오직 초명윤이란 방관자 한 사람만이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요 몇 년 동안 진소는 기껏해야 짬을 내서 돌아가 보았을 뿐이었고, 며칠 전에 두월의 사부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뒷일을 잘 처리하면 장안에 와서 그들을 찾겠다고 서신을 보냈다. 요 며칠 동안 초명윤은 진소가 때때로 넋을 잃은 것을 보았고, 지금은 오히려 정이 가까워져 주저하는 것 같았다.

오, 식초 냄새가 좀 짙게 나는 것 같은데.

초명윤은 흥에 겨워 술잔을 내려놓고 의미심장하게 “오”했다. “바로 그가 온종일 입에 달고 다니는 태도가 온화하고 거동이 우아하며 옥 같은 용색을 한 총명하고 금서에 능하다던 사촌 형 말이지?” 그는 조소하며 말했다. “나는 줄곧 그것이 그가 쓸 줄 아는 모든 단어를 엮은 것이라 생각했다.”

진소는 그를 흘끗 보고 말을 받지 않았다.

초명윤은 남의 불행을 즐기며 진소의 딱딱하고 틀에 박힌 얼굴이 까맣게 될 때까지 웃고 나서야 참았다. 그는 접한 부채로 진소의 어깨를 두드리며 무심코 말했다. “한 번 만나보는 것도 좋겠지. 이 경중의 절반이 지금 내 수중에 있고, 너는 또 나의 삼천 영위의 수장인데, 아직도 그 사람에게 질까 두려워?”

진소는 안색이 조금 풀렸고, “음” 하고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월이 도착했다. 매우 즐거운 “바로 여기야”라는 소리와 함께 문을 미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각된 문이 활짝 열렸고, 정면으로 마주치는 순간 두월을 제외한 세 사람은 모두 멍해졌다.

“오랜만이야!” 약관인 소년의 미간에는 아직 앳된 기색이 남아있는데, 청삼青衫을 입어서인지 그의 나이는 몇 살 더 어려 보였다. 두월의 인사는 열정이 넘쳤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진소는 오는 사람을 분명히 본 후 즉시 일어나 초명윤의 뒤로 물러났고,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초명윤의 눈빛은 두월을 넘어 그의 뒤에 있는 사람에게 떨어졌고, 입가에는 의미모를 웃음이 천천히 드러났다.

두월은 곤혹스러워 그의 시선을 따라 몸을 돌려 보았는데, 소세예가 초명윤을 맞이하는 눈빛도 약간의 웃음기가 있었다. “여기서 초 대인을 만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초명윤이 손으로 턱을 괴자, 웃음기가 점점 짙어졌다. “이렇게 보니 저와 수 대인은 정말 인연이 있는 것 같군요.”

“인연 이야기는 피합시다.”

“어, 두 사람 아는 사이야?” 두월은 억지로 끼어들었다.

“그저 안면이 있을 뿐이야.” 소세예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 아침 퇴조할 때 정신이 맑지 않은 듯 나를 끌고 몇 마디 더했을 뿐, 그 외에는 익숙하다고 할 수 없지.”

“정신이 맑지 않다고? 그가 뭐라고 했길래?” 두월ㄴ 신기해하며 말했다.

“말하자면 정말 뜻밖이었는데, 네가 말한 친구가 바로 그들이야?” 소세예가 말했다.

“맞아. 내 스승과 그들의 스승은 절친한 친구고 모두 창오산에서 지냈어. 산에서는 우리 셋을 받아들였고, 나는 의학을 배우면서 그들과 알게 되었어. 하지만 좋은 형제들이야!” 두월은 다시 물었다. “사촌 형 그가 아침에 뭐라고 했는데?”

소세예는 초명윤에게 눈길을 돌렸다. “초 대인께서 그를 보살펴 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소 대인이 왜 제게 사양합니까.” 초명윤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사촌 형 그놈한테 왜 고마워해.” 두월은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진소의 팔을 잡아당겼다. “진소가 나에게 잘해주었어. 매번 초명윤이 나를 업신여기려 할 때마다 그가 나를 도와주었으니 그에게 감사하는 것이 옳아.”

진소는 고개를 숙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를 빤히 쳐다보았고, 두월은 한참 동안 주위를 둘러보더니 갑자기 놀라워하며 말했다. “진소 너 왜 여기 서있는 거야?”

진소는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으나 여전히 소리를 내지 않았다. 소세예는 옷자락을 걷어붙이고 침착하게 탁상 앞에 앉아 손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사적인 연회는 예의에 구애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아월의 친구인 이상 앉아도 무방해요.”

진소는 그 호칭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고, 망설이며 초명윤을 바라보았다. 초명윤은 부채를 접었다 폈다 닫았다 하며 말투 없이 웃었다. “소 대인이 이렇게 말했으니, 네가 앉아도 목숨을 잃지 않을 거야.”

진소는 말을 따라 제자리에 앉았고, 소세예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이 없자, 오히려 두월이 불만을 품었다. “아이고, 초 씨야, 네 이런 말은 무슨 뜻이야? 마치 내 사촌 형이 사람을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말해.”

초명윤이 눈썹을 치켜들며 곁눈질했다. 두월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고, 소세예는 그가 다시 입을 열기 전에 그보다 앞서 있었다. “아월.”

두월은 얼른 입을 가리고 조용히 소세예의 옆에 앉았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소세예는 담담하게 좀 전의 화제를 끄집어냈다. “오월은 어려서부터 의학을 익히기 위해 보내졌는데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가르칠 수 없었기에 그가 부적절한 말을 배웠음을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바로 잡을 수 없었습니다. 원래는 의성문화 어룡이 뒤섞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초 대인과 이분이 모두 거친 사람이 아니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鱼龙混杂 어룡혼잡. 물고기와 용이 한데 뒤섞여있다. 악한 사람과 착한 사람이 마구 뒤섞여 있다.

“그의 스승은 늙어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초명윤이 유유히 말했다.

“에이——” 두월은 또 불쾌해졌지만, 이성이 소세예가 아직 옆에 앉아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자, 그는 자신의 말투와 단어를 억지로 삼켰다. “천만에, 그냥 몇 마디 했을 뿐이야. 우리 스승님은 활달하셔.”

진소는 두월을 보면서 그의 말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초명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흘겨보았다.

“사촌 형 내가 초 씨 성을 가진 사람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두월은 고개를 돌려 진지한 얼굴로 소세예에게 말했다. “우리 스승님께서는 초명윤이라는 사람이 기쁠 때는 정신병이고, 불쾌할 때는 변태라고 말씀하셨어.”

초명윤: “……”

“의성은 과연 보통이 아니구나.” 소세예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 “초 대인께서는 마음에 둘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의 사람됨이 어떠한지, 소 모는 마음속으로 자연히 압니다.”

초명윤은 입꼬리를 끌어올렸고, 소세예가 위로를 한 건지 조롱을 한 건지 한순간 알아듣지 못했다.

두월만이 진심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나도 우리 스승님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해.” 그는 머리를 긁적이고 이어서 말했다. “그렇지만 사촌 형, 나는 혹독하게 말한다면 스승님이 형보다 못하다고 생각해.”

현장에 있던 다른 세 사람이 두월을 바라보는 눈빛은 모두 약간 복잡해졌다.

너는 도대체 어느 편에 서있는 건데?

초명윤과 소세예는 필경 한마디도 나누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이 있어 탁상 위의 분위기는 조화롭다고 할 수 있었다. 연회가 반쯤 지나자, 초명윤과 소세예는 별다른 말 없이 정사를 얘기했고, 진소는 마침내 구실을 찾아 두월을 끌어내어 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 사촌 형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 그가 물었다.

두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벼슬아치잖아.”

“……그럼 사형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아?” 그가 다시 물었다.

두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벼슬아치잖아.”

“……” 진소는 문득 그를 보며 잠시 침묵했다. “됐어, 우리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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