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소세예에게 잘 들리도록.
대하大夏, 옹화 8년, 하지.
경도京都 장안의 교외는 숲으로 이루어진 바다가 푸르른 물결을 이루었고, 바람이 지나간 흔적이 있다. 맑은 바람 소리가 유유히 울려 퍼지자, 울창한 숲의 잎사귀에서 갑자기 눈에 띄지 않는 까마귀 한 마리가 깎아지르듯 높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까마귀는 날개를 펄럭이며 높고 큰 성루, 번화한 거리를 가로질러 태위부太尉府 중정에 용모가 청명한 흑의 남자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진소는 새의 다리에 묶인 죽통을 떼어내어 서신을 대충 훑어보곤 몸을 돌려 계단을 올랐다.
서재에는 단향이 물씬 피어올랐다. 탁상 뒤로는 검푸른 비단옷을 입은 청년이 기대어 있었다. 그는 눈썹을 낮게 드리우고 여지荔枝를 까고 있었는데, 여지의 껍질이 붉고 영롱하여 그의 손가락이 더욱 희고 맑아 보였다.
“마침 잘 돌아왔다.” 초명윤은 머리도 들지 않고 사람을 향해 말했다. “먹을래?”
진소는 서신을 내밀었다. “진현문이 죽었습니다.”
초명윤은 움직임이 극히 적어, 진소를 한번 쳐다보고는 비단 손수건을 들어 손을 깨끗이 닦고 서신을 받아 들었다.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한 줄씩 보는 그의 얼굴에는 파란波澜이 없었다. 다만 편지를 탁상 위에 올려놓았을 때, 의미모를 나지막한 웃음을 지었다. “진현문에게는 나를 이끌어준 은혜가 있고, 사람을 파견해 몰래 그를 고향으로 호송하는 것은 본래 성의를 다한 셈이었는데, 뜻밖에도 그에게 정말 변고가 생겼구나.”
“부하가 무능했습니다.” 진소가 말했다.
“됐어.” 초명윤은 말했다. “사람이 자진하는 것이 너희들이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닌데.”
진소는 침묵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진현문은 고희古稀를 넘었고, 관직이 병부상서에 이르기까지 3대째 제왕을 보좌하여, 조정에서 매우 명망이 있었다. 얼마 전 그는 사직을 청해 고향으로 돌아갔고, 성상이 선물을 내려주시고 백관이 배웅하여, 그가 일생을 보낸 것처럼 평온하고 화기애애했다. 그들이 호송하러 보낸 영위까지 모두 행차를 따라 명을 수행하고 보고해 왔는데, 그가 자택에서 갑자기 자결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영위가 소식을 듣고 오니 집안은 난잡한 혈흔만이 남아있었다. 진현문의 시신은 이미 현지 관부官府에 의해 수렴되어 매장되었다. 떠도는 말에 의하면 그는 어느 날 밤 갑자기 미친 듯이 노래를 불렀고, 그 후 급작스레 소리가 끊겼다. 이에 이웃집이 문을 열고 물으려다, 그가 이미 검을 들고 자결하여 죽은 것을 보았고, 선혈은 땅에 가득 뿌려져 있었으며, 더군다나 그가 벽에 새긴 여덟 개의 피 묻은 글자를 보았다고 말했다.
“핍박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으로 뜻을 밝힌다.”
* 해당 원문. 不堪逼迫，以死明志。
“그가 죽기 전에 정말 이런 말을 썼다고?” 초명윤이 물었다.
“영위가 돌아왔을 때 글자가 남아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하니, 진위 여부는 모릅니다. 관부는 소식을 억누르고 있는데, 돌아가셨다고만 하고 다른 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허, 진현문이 어떤 인물인가. 이렇게 갑자기 집안에서 죽었으니, 관부는 의문점으로 경성을 놀라게 하면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려웠겠지. 어째됐든 경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얼른 일을 덮고 싶었을 테고. 평안한 체하는 게 그치들이 가장 잘하는 것 아니었나?” 초명윤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손끝으로 서신을 가볍게 눌렀다. “유언비어도 함부로 퍼질 수 있는 게 아니고, 게다가 이 말은 확실히 그의 곧은 기개가 있으니, 사실일 터. 아마도 단서가 너무 뚜렷하게 남아있어서 누군가가 망가트린 거겠지. ”
진소는 멍해졌다. “과연 이 안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초명윤은 이렇게 물었다. “그쪽에서 진현문의 가족을 본 적이 있느냐?”
진소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보고에 의하면, 지금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누굴 탓할 것도 없었네.”
“‘핍박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으로 뜻을 밝힌다.’는 것은 결코 사소한 원한이 아니야. 진현문은 여러 해 동안 관직을 하면서 학생은 백 명에 필적하고, 크고 작은 은혜를 입은 사람은 헤아릴 수 없으며, 그가 알고 있는 기밀은 말할 것도 없는데, 만약 그가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만 있다면 조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니까.” 초명윤은 냉소하며 말했다. “유혹할 수도 없고, 가족을 위협하는 것도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꼭 끼어들어야겠군요.” 진소가 말했다.
“다만 그 가족이 그 자신에 의해 다른 곳으로 배치되었는지, 아니면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갔는지는 모르겠네.” 초명윤은 말했다. “일단 그곳에 남아있는 영위에게 다시 관부의 소식을 알아보게 하고,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지 보자.”
“예.” 진소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한 가지 더, 지금으로서는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이전에 길에서 발견한 사람도 은밀히 진현문을 따르는 사람인데, 영위는 방금 장안에서 또 상대방의 종적을 발견했다더군요. 분명 소 가의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소 가?” 초명윤은 눈썹을 찌푸렸다. “소세예苏世誉?”
진소는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하 국조国祚는 이미 수백 년이 흘렀는데, 개조 승상丞相이 역모를 꾸몄기 때문에, 이후 역대 모두 이 직위를 폐지하여 삼공三公은 사실상 양위两位만 남아있다. 태위太尉는 군무를 관장하고, 어사대부御史大夫는 감찰을 관장하여 공동으로 군주가 정책을 처리하는 것을 보좌하였다.
*三公 삼공. 3개의 최고위 대신의 직위를 나타내는 말. 해당 작품에서는 행정을 담당하는 승상, 군사를 담당한 태위, 감찰을 담당한 어사대부를 삼공으로 칭함.
지금의 군주는 젊고 인약仁弱하고 무능하여, 조중은 최고 관직인 태위 초명윤과 어사대부인 소세예가 대권을 장악해 초당楚堂과 소당苏堂이 대립하는 국면을 형성하였다.
“넌 소세예가 한 짓이라고 의심하는 거야?” 초명윤은 그를 보고 중얼거리며 이어 말했다. “단정하긴 일러.”
진소가 사색하며 말했다. “하긴, 소세예는 모두가 칭찬하는 어질고 선량한 사람이니까요. 이런 수단은 아무래도 좀 비열하고요.”
“허.” 초명윤은 비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본 어질고 선량한 모습인데, 그가 정말 어질고 선량한 사람인지 네가 어떻게 알아?”
“……그럼 당신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합니까?”
“내가 어떻게 알아.” 초명윤은 말했다. “내가 소세예와 친한 것도 아닌데.”
진소: “……”
“그리고 나는 다른 문제에 더 관심이 있어.” 초명윤은 입꼬리를 일으키며 천천히 말했다. “어사대御史台는 모두 조정의 사람들이고, 소세예는 사석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데, 그 길에서 진현문을 뒤따랐다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확실하지 않아요. 우리는 세 번이나 상대방의 종적을 잡을 뻔했는데 모두 도망쳤습니다."
“그중 한 번은 되려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냈었고.” 초명윤은 손을 살짝 올려 사과하려는 진소를 제지했다. “영위는 나의 수법으로 길러낸 것이니, 얼마나 큰 능력이 있는지는 나는 잘 일고 있다. 그들을 이렇게 낭패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소세예의 형편에서 찾아올 수 있었을까?”
진소는 갑자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초명윤은 담담하게 웃었지만, 눈동자는 차가웠다. “나의 이 동료 뒤에는 어떤 강호 세력이 있는지, 아니면 나처럼 비밀리에 양성한 조직이 있나? 여러 해를 보냈지만 내가 뜻밖에도 아는 게 전혀 없는 것을 보니, 확실히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었네. 내가 본 것도 대부분 겉모습일지도 모르겠어.”
“당신은 뜻은?”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손가락으로 여지 씨를 비비며 살짝 힘을 주자 가루가 되어 손가락 사이에 흩어졌다. “조사, 차근차근 알아봐. 결국 지금 나의 가장 큰 상대는 그니까.”
“하지만 이렇게 본다면 소세예의 배후에 있는 힘이 만만치 않으니, 만약 그를 놀라게 한다면 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골치 아파질지도 모릅니다.”
“네 걱정이 맞다, 우리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자 초명윤은 이야기를 멈추고 승낙했다. 서재 문이 삐걱이며 열리자 한 여자가 붉게 옻칠된 쟁반을 들고 들어와 요염하게 그를 향하여 절을 올렸다. “대인께서 하루 종일 정사로 고생하시는데, 여희如姬는 재주가 없어 대인을 위해 근심을 나누기 어려워, 한참을 생각한 끝에 오직 탕을 만들어 올릴 뿐이니 대인께서는 싫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초명윤은 “응” 하고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일단 놔둬, 물러가.”
여희는 말에 따라 물건을 내려놓았지만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흘기며 옆에 서있는 진소를 흘끗 보았고, 곧 향기로운 바람이 하늘하늘 스치자 여희는 이미 서안을 돌아 초명윤의 곁에 도착해서, 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온향연옥의 몸을 기대어 그의 어깨에 붙였다. 그녀는 초명윤의 귓가에 다가가 애교스럽게 말했다. “이 탕은 몇 시간 동안 정성을 담아 끓였습니다. 여희는 대인이 모두 마시지 않으면 가지 않을 겁니다.”
초명윤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고, 손을 들어 그녀의 아래턱을 쥐었다. 따뜻한 손가락이 입술 옆을 스치자 그녀는 눈을 떨구고 웃으려다, 돌연 얼굴이 창백해졌다. 비명 소리가 목구멍에 걸려 더는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초명윤은 그녀의 목을 조르며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을 못 알아들어?”
여희는 죽어라 억압되어 한 글자도 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초명윤이 손을 놓을 때까지 떨면서 고개를 젓고 흐느끼다 황급히 물러났다.
초명윤은 탕을 들고 잠시 훑어보더니, 그릇을 기울여 탕수를 모두 탁상 구석에 있는 화분에 붓고, 진소 쪽을 힐끗 보았다. “하고 싶은 말 있어?”
진소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사형이 염복은 끊이질 않는군요.”
“네 사형은 성질이 나쁘니, 또 농담하면 너를 때리겠다.” 초명윤은 의자에 기대어 귀찮아하며 말했다. “조정에서의 내 지위가 날로 굳건해져 나를 주시하는 사람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요 몇 년 동안 부로 보내진 여자 중에 누가 갖은 애를 써서 정보수집을 하려 않는데, 또 그렇게 많은 은냥을 나누어 그녀들에게 지출로 탕진해 주어야 하지. 부득이한 일이 아니라면, 차라리 내가 하룻밤 동안 거울을 보며 자처하는 게 낫겠다.”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세작의 목숨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값어치가 없는 것이니 조만간 깨끗이 처리해야 한다.” 초명윤은 손을 들어 미간을 비볐다. “방금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소세예.” 진소는 말했다. “그의 행적과 수하의 맥락을 철저히 조사하려면 그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 할 겁니다.”
“분명히 알아차릴 거야.” 초명윤은 잠시 묵상하다가, 불현듯 말했다. “만약 그가 안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면?”
“가능한가요?” 진소는 의심하며 말했다.
초명윤은 탁상 위의 빈 그릇을 힐끗 보더니, 돌연 입꼬리를 휘며 웃었다. “마침 잘 됐네, 그렇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겠다.” 그는 몸을 곧게 펴고 진소를 바라보며 분부했다. “가서 사람을 시켜 소문을 퍼뜨려도 좋고 짜도 좋으니, 내가 사실 남색을 좋아한다고 알려라. 내일 아침까지 경성에 널리 퍼뜨려야 해. 특히 소세예에게 잘 들리도록.”
작가는 할 말이 있다:
관제는 삼공구경三公九卿과 삼공육부三省六部를 뒤섞었고, 삼공에서 재상을 파면시켜 태위와 어사대부만 있어요. 그 아래로는 육부의 상서가 있습니다. 역사를 아울러 없었던, 당의 냉정을 신경 썼어요.
마지막으로 저를 믿으세요, 등장한 이 분은 공입니다!
주注:
문안 속의 “네 눈 속의 산천하류는, 내가 보며 지나온 모든 불멸의 것들보다 나아.”라는 구절은 《화신고도적경》*에서 온 것으로 그 속의 가사를 다시 쓴 셈이다.
* 化身孤岛的鲸 화신고도적경. 외딴섬으로 화신한 고래
처음 발표할 때 나의 부주의와 잘못이라 표기하지 않았어요, 작사가와 모든 독자에게 사과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