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代/군유질부君有疾否

5장.

shipo 2024. 3. 11. 17:02
얼마나 견디기 힘든 밤인가.


밤바람이 불고, 나무는 꽃으로 만발했으며, 휘황찬란한 등불과 꽃불은 쏟아지는 비와 은빛 별처럼 반짝인다.

천하의 번화가 중 가장 번성하는 것은 장안성으로, 밤이 되어도 여전히 매우 떠들썩하다. 그리고 오늘 밤, 성 서쪽에 있는 저택은 특히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호화로운 마차, 황제의 인척과 명사들, 조정 요원, 일시에 태반이 여기에 모였다.

초명윤은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의 시선은 문 앞에서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송형宋衡에게로 떨어졌다. 육부상서에서 사위四位가 왔고, 문신과 무장 중 절반이 왔다. 이 장원야께서는 정말로 체면을 세우셨군.” 그는 말을 멈추고 냉소했다. “대단한 담력이야.”

과거에서 장원을 차지한 사람은 줄곧 조중의 사람들이 교제하고 포섭하기 위해 서두르는 인물이었다. 역조역대历朝历代를 거쳐, 그들을 직접 발견하고 잡기 위해 서두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나, 먼저 연회를 베풀어 크게 초청하는 장원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송형은 심지어 초당과 소당에 속한 사람들까지 초대했고, 일시에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알 수 없게 했다. 마치 단순한 경축일 뿐으로, 황제의 의심이나 사람들의 의론이 두렵지 않은 것 같다.

성문 앞에 말이 끄는 마차의 행렬이 가늘어졌다. 장원 안에서 대나무 소리가 울리자, 송형은 초조한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초명윤은 휘장을 내리고 진소에게 말했다. “좋아, 권위를 과시했으니 충분해. 이만 가보마.”

“제가 사형과 함께 가겠습니다.” 진소는 말하며 일어서려고 했다.

초명윤은 눈을 돌려 그를 힐끗 보았다. “네 몫의 연회석이 없는데, 따라가서 기둥처럼 서있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당신은 병기를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진소가 말했다.

“내가 싸우려고 거기 가는 거야?” 초명윤은 손 안의 접선을 들어 보였다. “이거면 충분해.”

진소는 말이 없었지만, 여전히 일어서려고 했다.

“쯧.” 초명윤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사제님, 얼음 같은 얼굴로 왜 종일 엄마 노릇을 하려 드시나요?”

진소 “……”

“언제 내가 네 보호를 필요로 한 적이 있던가?” 초명윤은 휘장을 걷어 올리고 마차에서 내렸다. “안에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어.”

초명윤이 나타나자 송형은 즉시 그를 맞이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초 대인께서 사무로 번거로워 오지 않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초명윤은 웃으며 말했다. “장원야의 청첩장인데, 아무리 바빠도 짬을 내서 한 번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송형은 그를 데리고 입부하며 겸손하게 말했다. 안 뜰은 넓고 자리가 한 줄 한 줄 가득 차 있다. 주변의 음악에 맞춰 홍의를 입은 여인들이 천천히 춤을 추었고, 익숙한 관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송형의 발은 초명윤을 이끌고 부府 중의 높은 곳으로 향했다. 초명윤의 이상한 눈빛을 마주하자 그는 즉시 설명했다. “초 대인, 이쪽으로 가십시다.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번잡한 가지를 내내 지나자, 이윽고 붉은색의 전각이 드러났다. 삼면이 연못을 마주하고 있고, 구불구불한 물길이 전각 주변을 에돌아 남쪽으로 흐른다. 이곳은 지세를 빌어 정원의 전체 국면을 눈앞에 끌어들일 수 있지만, 아래의 사람들은 오히려 이곳을 엿볼 수 없어 매우 아늑하다.

초명윤은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당신의 이 거처는 배치가 정말 교묘합니다.”

송형은 웃으며 말했다. “나같이 가난한 선비가 어찌 이런 곳을 살 형편이 있겠습니까? 고향에서 아는 재력가가 이것을 샀기 때문일 뿐입니다. 그는 과거에 낙방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자 한가하고 아쉬워 축하용으로 제게 증여해 준 것이죠.”

초명윤은 무관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몇 걸음을 걷자, 그는 마침내 그보다 한 걸음 일찍 전각을 차지한 다른 사람이 단정하게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일련의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옆에 서 있는 송형을 쳐다보았다.

초명윤과 소세예는 직책이 맞먹었기에, 크고 작은 연회에서 늘 서로의 맞은편에 앉았고, 어느 쪽도 다른 쪽을 방해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신과 장원은 그가 소세예를 사모한다는 소문을 듣고 고의로 그의 비위를 맞추려든 것일까. 특별히 이러한 전각을 골랐는데, 과연 밀회를 나누기 적합한 장소였다.

초명윤에게 이러한 방식으로 환심을 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장원야가 소세예에게 미움을 사려고 한 것은 십중팔구라고 할 수 있다.

소세예는 관복을 갈아입었다. 학문이 깊고 태도가 의젓해 보이는儒雅 흰 옷차림이 우아해 보였다. 그가 시녀에게 무언가를 묻기 위해 몸을 돌릴 때, “연향燃香”이라는 말을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때마침 몸을 돌렸다. 초명윤이 얼떨결에 눈썹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이자, 옅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초명윤은 제멋대로 대답하고 그의 옆에 앉았다. 송형은 인사치레를 몇 마디 나눈 후 시녀와 함께 깨끗이 물러났다. 갑자기 정자에는 그들 두 사람만이 남았다.

초명윤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한숨을 쉬었다. 송형을 위해, 소세예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얼마나 견디기 힘든 밤인가.

안뜰에서의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단번에 뚜렷해졌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할 말이 없었고, 초명윤은 이따금씩 쏟아지는 눈총을 피해 접선을 펼쳐 자신을 가렸다. 너무나 적막하고 묘한 분위기는 음식을 올리고 술을 나르는 어린아이를 쫓아내기까지 했다.

초명윤은 술잔을 들고 높이 걸려있는 그믐달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손 하나가 난데없이 뻗어 와 술잔을 든 그의 손을 눌렀다. 그 손은 희고 길며 뼈마디가 뚜렷했다. 초명윤이 그를 향하자 소세예는 그에게 고개를 살짝 저어 보였다.

소세예는 한 손에 술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탁상 귀퉁이에 자리한 서수향로의 뚜껑을 열어 술 한 잔을 그 안에 모두 부었다. 향로에서는 짙은 이향이 배어 나왔고, 순식간에 흩어지며 바로 꺼졌다.

초명윤은 그새 접선을 접고 그의 움직임을 보며 턱을 괴고 있었다. 향기가 공기를 가득 채우자, 비로소 깨닫고 즉시 숨을 죽이고 주변에 주의를 기울였다.

소세예는 정좌한 채 차를 한 잔 마셨고, 눈빛으로 초명윤의 몸을 쓸어버린 후에야 마침내 소리를 냈다. “오늘 초 대인께서는 어찌하여 검을 차지 않으신 겁니까?"

“송형이 특별히 집안의 경비가 삼엄하다며, 칼을 가져와 기뻐하는 기색을 다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초명윤은 웃는 듯 마는 듯했다. “게다가, 저는 지난번에 궁연에 검을 가져가 많은 사람을 불쾌하게 하지 않았던가요?”

“모처럼 당신이 규칙을 지키려는데, 호의를 잘못 지불한 게 되었군요.” 소세예가 낮게 웃었다.

초명윤은 수중의 백옥술잔을 비틀었다. “좋은 향과 좋은 술이 섞여 체내에 들어가면 좋은 미약이 만들어집니다. 소 대인, 이 장원랑이 당신과 저를 제외한 제3의 세력을 따르고 있는지, 아니면 그가 주제넘게 제삼자가 되기를 원하는지 추측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는 대답이 닿기도 전에 술잔을 집어던졌다. 백옥으로 만든 잔은 힘껏 땅바닥에 내리쳐져 쨍그랑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났다.

발 밑에서 둔탁한 기괄机括 소리가 쿵쿵 울렸고,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반응하며 그들은 곧장 추락했다.

그들 두 사람은 발을 헛디디기 직전에 일어섰고, 석판은 머리 위에서 합쳐지며 닫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발은 이미 땅에 닿았다. 공기는 온통 부식 냄새로 가득 차 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짙고 어둡다. 초명윤은 작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머리를 기울였다. “소 대인…… 살아계신가요?”

그에 대한 답은 불빛으로 깜빡이다가 안정적으로 밝은 빛이 퍼져 나왔다. 소세예는 주변을 둘러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그렇게 나약하지 않으니, 신경 써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초명윤은 앞으로 나가 그의 손을 잡고 불빛을 좀 키웠다. 소세예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 번 보았지만 끝내 손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들이 있는 곳은 매끄러운 석벽 세 개와 철제로 된 난간이 하나가 있는데 문은 없었다. 철체 난간의 빈틈을 통해 바깥이 아주 길고 깊은 터널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분별해 낼 수 있을 뿐이다.

“어쩐지 연못을 높은 곳에 지었더라니, 원래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것은 지하 감옥이었나 봅니다.” 소세예는 잠시 말을 멈췄다. “초 대인 손 좀 놓아주시겠어요?”

초명윤은 손을 놓았다. “연회에 화절자火折子는 왜 들고 온 겁니까?”

“어제 집에 돌아가서 빼두는 것을 잊어버려서요. 이게 마지막이니,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거예요.” 소세예가 그를 쳐다보았다. “초 대인께서 기관을 알아차렸다지만, 그것을 건드릴 필요가 있었을까요?”

“홍문연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차려졌는데, 그가 우리를 그냥 보내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초명윤은 유유히 말했다. “차라리 그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보는 것이 낫습니다.”

소세예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철제 난간에 떨어졌다. “전부터 초 대인의 패검이 철도 진흙처럼 잘라버린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오늘 그것을 볼 운명이 아닌 것이 정말 아쉽네요.”

초명윤은 손을 뻗어 철제로 된 난간을 쥐고, 소매에서 접부채를 꺼내 한 걸음 물러서서 대수롭지 않은 듯 웃었다. “놀리는 것은 그쯤 하시지요, 이것도 비슷하게 사용됩니다.” 말을 마친 후, 그는 접선을 꽉 쥐고 접선으로 창살 위를 그어 불꽃이 튀게 만들었다. 금속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심하게 울리며, 갑자기 철제 난간 벽에 사람 키만 한 구멍이 뚫렸고, 창살이 부서지며 굉음과 함께 땅에 떨어졌다.

“어쨌든, 지금 상황이 이러니 당신과 나는 손을 잡고 이곳을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소세예는 그의 뒤를 따라 감옥을 나갔다.

“오——?” 초명윤은 이 말을 듣고 돌아섰다. 그는 팔을 휘둘러 접선을 접고, 그것으로 소세예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는 가까이 기대었지만 눈빛과 미소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당신의 이 말은 권유입니까……아니면 자비를 구걸하는 겁니까?”

“손을 잡자联手”는 단어는 정말 우습게 쓰인다. 이 촌스러운 감옥은 그가 여기 혼자 있다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소세예는 점잖은 모습이어서 아무리 보아도 짐만 될 뿐이다. 만일 그가 여기서 죽는다면 자신에게 더욱 유익하며 무해하니, 초명윤은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소세예는 낮게 웃으며 손을 들어 접선을 잡았고, 천천히 시선을 올려 그를 보았다.

초명윤이 그의 상대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손가락 뼈가 가늘고 긴 손, 유백색의 소매에는 어두운 구름무늬가 수놓아져 있다. 그의 시선은 소세예의 팔을 따라 어깨까지 올라갔고, 드러난 하얀 목덜미와 약간의 웃음기를 머금은 옅은 색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따스한 빛에 비친 듯 옥처럼 아름다운 미목이었다.

이런 사람에게 소매가 끊겼다는 소문을 퍼뜨린 것은 정말 손해 볼 것이 없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부채의 심지 부분이 소세예의 손에서 한치 부러졌다. 그는 손을 거두고 물러났고, 입가의 미소는 더욱 깊어졌다. “제 말을 이해했을 거라 믿어요.”

초명윤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이윽고 입가에서 천천히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손을 들어 접선을 화절자에 대고 불을 붙인 후, 이어서 힘껏 내던졌다. 종이로 만든 접선은 불다발로 변해 칠흑 같은 통로 속으로 곧장 날아갔다. 날아가는 가운데 불똥이 사방으로 튀어 벽에 자리한 기름등을 스치며 연이어 불을 붙였다. 끝내 모퉁이의 석벽에 부딪혀 몇 번에 이은 작은 소리와 함께 잿더미가 되어 떨어졌지만, 통로는 이미 등불이 환했다.

그는 손을 들고 눈썹과 미간에 삼분* 가량의 장난기를 머금고 미소를 지었다. “소 대인, 가실까요.”

*三分;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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