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대인, 단수하셨군요.
초명윤은 팔을 풀어 소세예를 놓아주고, 손을 들어 화살을 뽑아 한쪽에 던졌다. 그는 안색이 약간 창백해졌으나 눈썹을 찌푸리는 것 외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초명윤은 어깨에서 끊임없이 번져 나오는 검붉은 핏자국을 살펴보았다. “괜찮습니다. 화살에 독이 묻어 있지 않았거든요.” 그는 출혈을 막기 위해 혈을 막은 뒤 지혈을 했고, 긴 한숨을 내쉬며 말끝을 끌었다. “보아하니 이 말은 정말 함부로 해선 안 됐던 것 같습니다. 좀 전에 감당하겠다 말했는데, 나는 정말로 당신을 내 피와 살로 보호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관이 있으니 적어도 이 길이 옳다는 것은 설명할 수 있겠어요.” 초명윤은 말없이 화살이 가득 박힌 바닥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자신이 한참 동안 말했으며, 소세예는 한마디도 대답해주지 않았음을 깨달았고, 의아함을 담은 눈길로 쳐다보았다.
소세예는 기관으로부터 시선을 떼고 다시 한번 가라앉은 석판을 밟고 올라섰다. 그가 기름등잔을 만져보려고 손을 들자, 초명윤은 그의 손을 잡고 몇 점 노여워하며 그를 끌어당겼다. “당신 아직도 건드리려는 겁니까?”
소세예는 복잡해하며 그를 한 번 보고는 가볍게 손을 뗐다. 잠시 고민한 끝에 초명윤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소세예는 초명윤 어깨의 부상을 조심스럽게 피하고, 자신의 몸으로 그를 완전히 감싸 보호했다. 다치지 않은 초명윤의 어깨에 손바닥을 얹은 뒤 부드럽게 말했다. “긴장 푸세요.”
초명윤은 잠시동안 소세예의 긴장 푸세요가 자신을 화살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그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했다는 뜻인지를 알 수 없었다.
반면 소세예는 더는 방해받지 않자, 청동 등잔을 쥐고 약간의 힘을 주었다. 등잔이 천천히 돌고 기괄이 돌아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석벽 양측의 기관이 따라 뒤집혔다. 한 번 누르니, 앞쪽의 길에서 또 다른 좁은 길이 드러났다.
소세예는 그제야 한 걸음 물러나 초명윤에게 물었다. “어깨의 상처는 어떤가요?”
초명윤은 차갑게 웃었다. “죽진 않을 겁니다.”
소세예는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는 앞을 보기 위해 돌아섰다. “초 대인께서 보시기에는 어디로 가는 것이 좋아 보입니까?”
초명윤은 앞으로 나아가 화살 하나를 뽑았고, 화살촉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모릅니다.”
소세예는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초 대인……”
초명윤이 갑자기 몸을 돌려 화살을 던졌다. 공중을 힘차게 날아간 화살은 모퉁이의 석벽에 깊이 박혔다.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소세예에게 말한 다음, 모퉁이를 향해 음산하고도 차갑게 말했다. “나와.”
모퉁이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한 줄기의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다가오는 사람은 매우 빠르게 그들을 향해 달려왔기에 거의 잔상이 남았다. 초명윤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상대방이 앞에 접근했을 때 손을 들어 한 번의 재빠른 움직임으로 상대방의 기세를 꺾고, 그의 목을 조르며 그를 벽에 대고 한사코 가뒀다.
소세예는 원래 침착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뒤이어 초명윤의 손을 쓰는 움직임을 보고,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참는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고 시선을 돌리자, 그의 얼굴에 평소와 같은 옅은 웃음이 떠올랐다.
온 사람은 분명히 이전의 순위 중 한 명으로, 그의 얼굴은 아직 독이 남아있어서 푸르랬다. 그는 초명윤에 의해 목이 졸려 호흡이 원활하지 않았고, 안색은 분홍빛이 살짝 돌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꽤 무섭게 보였다. 여기 순위의 무공 실력은 평균 이상일뿐이다. 그는 심하게 중독되지 않아 출구를 찾아다녔고, 날아오는 화살로 인한 혼란을 틈타 뒤에서 쫓아오면 자신이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길을 아나?” 초명윤이 물었다.
순위는 핏발이 서린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쯧.” 초명윤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서늘하게 웃었다.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그럼 사양하지 않으마.”
“초 대인.” 소세예는 그의 팔을 눌렀다.
“응?” 초명윤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소세예를 힐끗 보았다.
“대화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손을 쓸 필요가 없어요.”
초명윤은 아무렇지 않게 웃었고, 손을 풀어 순위가 땅바닥에 주저앉게 했다. “그럼 당신이 해봐요.”
순위는 목을 붙잡고 고통스럽게 기침하며, 의심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백의를 입은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상대방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만 들렸다. “당신이 정말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면, 억지로 버티고 탈출하려 하지 않았을 거예요. 살아서 떠나고 싶다면 차라리 우리와 거래를 하는 게 낫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이끌고 나간다면 우리는 당신의 목숨을 살려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순위는 소세예의 부드러운 눈빛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 독을 뿌린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왜 당신을 믿어야 합니까?”
소세예는 잠시 사색에 빠져있다가, 소매에서 청자로 된 약병 하나를 꺼내 웃으며 그에게 건네주었다. “길은 당신이 알고 있으니, 당신이 우리를 믿을 수 없는 이상 우리가 대신 당신을 믿는 것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그는 병을 순위의 손에 쥐여주었고, 손끝은 따뜻했다. “잘 챙겨두세요.”
순위는 약병을 손에 쥐고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습니다.”
초명윤은 소세예가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무표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갑시다.” 소세예는 그를 부축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초명윤은 눈썹을 치켜 뜨며 웃었다. “절 부축해서 나가시려고요?” 그는 소세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보다는 차라리 나를 안고 가시는 것이 낫습니다.”
소세예는 그를 빤히 보더니, 정말로 그를 안아주려는 것처럼 한 손으로는 그의 어깨를 감싸고 몸을 살짝 숙였다. 초명윤은 즉시 그의 손을 아래로 눌렀다. 이전에 그의 마음속에 있었던 약간의 화는 모두 깨끗하게 풀렸다. 그는 우스워하며 말했다. “됐습니다, 당신을 놀렸어요. 어디 이렇게 연약할 수 있습니까?”
“정말 괜찮은 건가요?” 소세예는 그의 안색을 꼼꼼히 살폈지만 확실히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초명윤은 제멋대로 손을 흔들며, 구겨진 얼굴로 여기 두 남자의 대화를 지켜보는 순위를 뒤따랐다. 소세예는 여전히 한발 뒤처져 있다가, 초명윤이 별다른 지장 없이 한참을 걷는 것을 보자 긴장을 풀었다.
순위는 그들을 이끌고 왔던 길로 다시 나아갔다. 초명윤은 기관을 따라 드러난 그 좁은 길의 역할을 물었고, 순위는 전방에서 묵묵히 걷기만 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몇 차례 돌고 나자, 순위는 끝내 그들을 석실로 데려갔다. 주위에는 더 이상 출로가 없었다. 초명윤은 눈썹을 치켜 뜨며 물었다. “또 기관이야?”
순위는 그를 한 번 살피더니, 서둘러 돌아섰다. “그렇습니다.” 그는 초명윤과 소세예의 뒤로 물러나 구리로 된 고리를 찾을 때까지 한참 동안 석벽을 더듬었다. 순위는 눈을 들어 그들을 보았고, 소세예의 웃음기 띈 눈빛을 마주한 순간 깜짝 놀랐다. 그는 당황함을 억누르며 머리를 숙이고 힘을 다해 구리 고리를 돌렸고, 뒤돌아 그들이 왔던 방향으로 도망쳤다.
설령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옆에 있는 남색 옷의 남자는 무공과 변덕스러운 성격을 지녔다. 그 남자에게 자신은 땅강아지와 개미에 지나지 않는데 어떻게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겠는가. 뒤에 있는 구리 고리가 크게 울리자, 그는 감히 뒤돌아보지 않고 더 빠르게 질주했다.
석실의 문이 와르르 막혔다.
초명윤의 손바닥은 문이 닫히는 순간 후려쳤다. 손바닥에서 나온 힘은 두꺼운 석문에 정면으로 부딪혔지만, 문은 격렬하게 진동할 뿐이었고, 수많은 가루 부스러기가 우수수 떨어졌다.
“쯧.” 초명윤은 화가 내며 손을 내렸다. 뒤돌아서 소세예를 바라보자, 이 남자는 항상 웃는 얼굴을 제외하면 표정이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는 벽에 기대어 앉아 냉소적으로 웃었다. “소 대인께서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목숨을 건졌습니다.”
소세예는 정중앙에 서있었고, 고개를 약간 들어 벽 꼭대기를 살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여기에 갇힌 우리는 사흘 후에 굶어 죽을 것이나, 그는 기껏해야 차를 세 잔 마실 시간이면 독에 의해 죽게 될 겁니다.”
“그에게 준 것이 해독제가 아니었단 소립니까?” 초명윤이 물었다.
“해독제를 왜 몸에 지니고 다니겠어요.” 소세예는 이상해하며 그를 쳐다보았고, 입술의 웃음기는 점점 깊어졌다. “저는 단지 더는 손을 대지 않을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남은 독을 그에게 맡겼을 뿐입니다. 다만 자기 자신을 너무 높이 평가해서 자신의 살길을 끊은 곳이 안타깝네요.”
“이것이 당신의 소위 신뢰인가요?” 초명윤이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
“저는 그것이 해독제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소세예는 부드럽게 웃으며 동요하지 않고 말했다. “그러나 저는 확실히 무엇을 신뢰하는데 능하지 못하거니와, 하물며 제가 보고 들은 것이 훨씬 더 믿을 만했습니다.”
초명윤은 촛불이 드리운 그늘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멀지 않은 곳의 사람의 모습을 서늘하게 바라보았다. “역시, 세상 사람들이 칭찬하는 온량하고 겸손한 소세예답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그의 반응은 담담했고, 매끈한 석벽 위로 시선을 돌렸다.
좀 전에 손바닥으로 내리쳤을 때, 상처 부위가 당겨져 갈라진 것 같았다. 깨물리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그의 어깨를 휩쓸었다. 초명윤은 탁한 숨을 내뱉고, 손을 들어 다시 어깨의 경혈을 막았다. 간신히 출혈을 멈추자 그는 웃는 듯 마는 듯하며 말했다. “만약 우리가 정말 이곳에서 죽는다면 아마 수십 년이 지나도 발견되지 못하겠죠. 소 대인의 얼굴이 이러니 같이 있는 것도 그리 손해는 아닙니다. 어쩌면 뼈를 발견하게 된 사람이 우리 둘을 한 곳에 합장해 줄지도 모를 일이고요.”
“그만합시다.” 소세예는 석벽에 가까이로 다가가 손을 뻗어 두드리며 주위를 더듬었다. “초 대인의 품행으로 보아 무덤 앞은 틀림없이 사람들로 붐비게 되겠죠. 소 모는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황천에 들어가서도 평안을 얻지 못할 테니까요.” 그는 손을 잠시 멈추었다가 돌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이 석실은 위장이었어요. 벽조차도 비어있습니다. 그 뒤로는 더 많은 길이 있을 겁니다. 충분히 쉬었으니 일어나 볼까요. 우리는 가야만 해요.”
“잠깐만요, 움직이질 못하겠어요.” 초명윤의 목소리가 약간 가라앉았다.
소세예는 멍해졌다. 돌아서서 그의 옆으로 가 반쯤 꿇고 앉았다. 그제야 초명윤의 안색이 이미 창백해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는 본래 아름다웠던 미목을 더욱 부각시켰다.
초명윤은 소세예가 자신의 겉옷을 벗는 모습을 지켜보며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소 대인 지금 저로 이익을 보려는 겁니까?”
소세예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깔끔한 손동작으로 내의의 소매를 한 조각 찢어 싸맬 준비를 했고, 잠시 생각해 보고 설명했다. “제가 평소에 쓰는 훈향은 모두 안신향安神香으로 진통에 도움이 됩니다.”
“소 대인, 단수하셨군요.” 초명윤은 유유히 웃으며 말했다. “꼭 맞는 옷을 잘라 제게 주었으니 저와 몸정을 나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내 결백이 망가졌는데, 소 대인께서는 책임져 주시렵니까?”
*순결
소세예는 그가 어떤 표정으로 “나의 결백” 같은 말을 했는지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재차 고개를 숙여 피로 물든 그의 옷자락을 노려보았다. “초 대인께서 그 이상 헛소리를 한다면 제가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영영 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그제야 소세예는 마침내 화살에 찔린 곳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깊었으며, 거의 뼈가 드러날 지경이었다. 초명윤이 웃고 떠들 힘을 어디서 얻었는지 모를 일이다. 소세예는 잠시 침묵한 후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를 위해 그 화살을 막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초명윤은 차가운 석벽에 등을 기대어 그가 손을 써서 싸매도록 내버려 두었다. 소세예가 몸을 기울여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는 옅은 향기를 맡았다. 일반적인 안신향과 같지 않았다. 숨결에 은은한 따뜻함이 배어 들었다. 호흡하는 사이에 폐부로 흘러들어 통증이 확실히 가벼워졌다. 그는 소세예의 내려앉은 시선과 뺨에 드리워진 미세한 속눈썹 그림자를 바라보았고, 입술 끝을 말아 올리며 다정하게 말했다. “얼마 전에 내가 당신에게 마음을 표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요? 지금 온 경성이 내가 당신에게 집착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당신은 벌써 잊어버렸습니까?”
소세예의 얼굴에는 여전히 옅은 웃음기가 있었다. “지금 이곳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 당신은 더는 연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과 나는 여러 해를 같은 조정에 있었지만, 조정 아래에서는 줄곧 말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내가 당신의 중요한 일을 몇 번이나 막았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습니고,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당신이 내게 정이 깊어졌다고 한다면……” 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초명윤의 옷자락을 벌려내려고 했다. “옷에 묻어난 피가 마른 탓에, 조금 아플지 몰라요.”
“뭐가 아니란 건가요?” 초명윤은 흥미로워하며 추궁했다.
“당신이 정말로 아프지 않은 한.”
초명윤은 느릿하게 웃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상사병이지요.”
소세예는 그를 올려다보더니 눈밑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 꽉 깨물어요.”
“응?”
“찌익”하고 비단이 찢기는 소리가 났고, 초명윤은 맨 어깨를 드러냈는데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 찼다.
집안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가 소세예가 완벽하게 싸매고 또 그를 위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서야 초명윤은 천천히 어깨를 감싸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좀 더 부드럽게 할 수는 없었나요? ……그렇게 복수할 필요가 있었나요?”
소세예는 기분이 많이 좋아진 듯 손을 들어 그의 이마에 스며든 식은땀을 닦아주며 눈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잘 안 들렸어요.”
작가는 할 말이 있다:
온량한 공자님의 반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