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代/군유질부君有疾否

9장.

shipo 2024. 3. 11. 17:20
낙엽 한 장으로 천하의 가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어떤 사람이 신고를 해왔다. 북경 교외에서 시체 한구가 발견되었고, 얼굴 전체가 짓뭉개져 있어 눈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경조부윤京兆府尹은 즉시 사람을 보내 조사하게 하고, 체태의 특성에 따라 여러 차례 검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사망자가 오늘의 장원 송형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자 한 남자가 나서서 죄를 인정하고 범행을 자수했다. 낙방한 후 질투심에 사로잡힌 그는 일시적인 충동에 사로잡혀 이 악랄한 수를 썼다고 말했고, 다른 시험자들도 나서서 송형에게 호화로운 집을 선물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그들은 본래 이 사람이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그의 마음이 이렇게 악랄할 줄은 짐작할 수 없었다.

원인과 증거가 모두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우선 감옥에 수감하고, 추후에 참수하기로 판결 나며 사건은 순조롭게 종결되었다. 결국 그 보고가 어전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비록 장원이 살해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결국 같은 고향 사람들 사이의 사적인 원한에 의한 범죄였다. 나라의 사직과는 무관하다. 이에 황제와 조신들은 탄식하였고, 송형의 재능과 학문을 알던 자들은 애석해 마지않았다. 마치 작은 조약돌 하나가 호수에 떨어진 것처럼 단지 작은 파문이 일었을 뿐이었다.

세상 일이 갑자기 바뀌어 찻집에서 나누는 소문도 며칠 간격으로 새롭게 바뀌었다. 송형처럼 인맥이 얕은 유생은 부임할 겨를도 없었고, 정치적 업적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사건이 되자 바람에 날린 먼지가 가라앉듯 잠잠해졌다.

신경 쓰여하는 이는 아마 그 두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금전金殿에서 보고를 듣던 소세예와 초명윤은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채 눈빛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그날 밤 지하감옥에서의 일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그날 밤 연회에 중신들을 청한 송형에게 그의 체면을 이용한 다른 사람이 있음을 알았다. 그 후 상대방은 일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급하게 이 사건을 일으켜 모든 것을 은폐했다. 결국 공모자가 죽으면 증거는 남지 않는다.

하조下朝 때 초명윤은 소세예를 불렀고,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 “소 대인께서는 어째서 지하감옥에서의 일을 폐하께 보고하지 않은 겁니까?”

“폐하께서는 아직 젊고 심성이 안정되지 않으셨어요. 그러니 이런 헛된 추측으로 폐하를 번거롭게 해 드릴 필요는 없지요.” 소세예는 초명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초 대인께서도 언급이 없으셨는데. 그렇다면 당신은 이 일에서 뭔가를 알아냈나요?”

초명윤은 입꼬리를 구부리고 미소를 지으며 소세예와 시선을 맞췄다. “설마 소 대인께서는 저와 달리 생각하셨는지요?”

소세예는 가볍게 웃으며 시선을 돌려 멀리 떨어진 건물의 녹색 기와를 바라보았다. “……낙엽 한 장으로 천하의 가을을 알 수 있습니다.”

작은 단서만으로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은 야심만만한 자가 바둑판에 둔 첫 번째 수다.

장안성에서 수십 리 떨어진 서쪽교외에는 구불구불한 산이 많고, 푸른 언덕이 펼쳐져 있었다. 새와 짐승은 고목과 나뭇가지 사이를 누비며 지저귀는 소리로 답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

절벽 위에서 두 남자가 말의 고삐를 당겨 멈추고 앞을 내다보았다. 선두에 선 남자가 입은 어두운 빛깔의 남색 옷의 옷자락이 바람에 부풀었다. 소매에는 피처럼 붉은 연꽃무늬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그는 뒤에 있는 사람에게 묻기 위해 몸을 돌렸다. “여기가 그 장소라고 확신해?”

진소가 말했다. “예, 하지만 구체적인 위치는 확정할 수 없어요.”

초명윤은 뒤를 돌아보며, 손을 들어 바람에 헝클어진 먹빛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그의 말투에는 숨기지 않는 혐오감이 있었다. “정말 황량한 곳이야.”

그날 지하감옥에서 초명윤은 이 같은 복잡한 구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피비린내는 얼마 전 이곳에 사람이 갇혀 있었음을 암시했다. 주인은 단지 소세예와 그를 잡기 위해 감옥을 비운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안으로 들어갔을 때 순위를 만났다. 이전에 그들이 지하감옥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상황을 미루어 볼 때, 순위는 아마도 그 주변에서만 움직이고 있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초명윤은 누군가는 아직 갇혀 있었고, 미처 제시간에 옮기지 못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날 밤 그는 떠날 때는 무표정했지만, 은밀히 영위들에게 가서 지켜보라고 분부했다. 과연 새벽이 되기 전에 화물을 가득 실은 마차 몇 대가 조용히 저택을 나섰다. 영위들은 소리 없이 그들을 뒤따랐고, 상대의 경각심은 매우 높았다. 서쪽 교외에 들어서자 그들의 행적은 더욱 이상해졌다. 이곳은 산세가 험한 탓에 어두운 밤이면 한 줄기 빛조차도 하늘을 가리는 나무의 수관을 뚫을 수 없었다. 결국 영위도 그들이 산속에서 어느 곳에 있는지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할 뿐이었다.

진소가 말했다. “이런 곳은 원래 조사하기 어렵습니다.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면 최대한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사람을 더 보내고 열흘에서 보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초명윤이 물었다.

“예.”

“너무 번거로워.” 초명윤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맞은편 산 꼭대기에 자리한 우거진 녹림을 바라보았다. “쓸데없이 정력을 낭비하게 할 뿐더러, 영위들은 자유롭게 배치할 수 없을 만큼 지쳤지.”

“사형은 그들을 그냥 두시려는 겁니까?” 진소가 물었다.

초명윤은 가볍게 조소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을 싸게 쳐주면, 내 마음이 꽤나 불쾌할 테지.”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진소.” 초명윤은 약간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들었다. 햇빛이 희미하고 창공에는 흰 구름이 묵직하게 겹쳐 창백한 색을 띠었다. “연일 이런 날씨이니, 아마 머지않아 폭우가 내리겠어.”

“뭐라고요?” 진소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산사태.” 초명윤은 담담하게 말했다. “찾을 수 없다면 손을 써서 산꼭대기를 터뜨리는 것이 나아. 마침 하늘도 아름답지. 때가 되면 빗물이 진흙과 모래, 큰 돌과 섞여 세차게 흘러내릴 테니 어느 것도 탈출할 수 없다. 그들이 여기에 숨어있고 싶어 하니, 그럼 그들을 묻어주어야지.”

“……하지만.” 진소는 망설이며 물었다. “그들이 감옥에 가둔 사람도 이곳에 있을지 모릅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는 시선을 거두고 진소를 바라보았다. “어떤 사람을 감옥에 가두었을지 누가 안다고. 게다가 송형의 일로 볼 때 그들이 인질을 감금하고 있는 것을 알아내더라도 우리가 구출하기 전에 살해하겠지. 그러니 누구도 구할 수 없다.”

진소는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초명윤은 시선을 돌리고 이어서 말했다. “병부가 내 명을 따른다지만, 화약량이 너무 많으면 의혹을 불러일으키기가 쉬워. 나는 담경이 자신의 공부상서 직위를 이용하여, 관선 밀매행위를 하던 것을 기억한다. 차라리 그와 장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낫겠어.”

“예.” 진소가 대답했다.

초명윤은 그런 그를 흘겨보며 웃었다. “얼음 같은 얼굴, 지금 내게 이의가 생긴 건가?”

“아닙니다.” 진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초명윤의 입가에 걸린 웃음기가 가라앉았다. 그는 사제의 심성을 알고 있었기에, 말머리를 돌려 되돌아가며 화제를 바꾸었다. “맞다, 내가 소세예를 조사하라고 한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진소는 얼른 말에 올라 따라가다가 초명윤의 뒤에 바짝 붙어 대답했다.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음?” 초명윤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진소는 말을 더해 분명하게 말했다. “병부 장부에는 소세예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관련된 이들에게 물어봤는데, 그가 전장에 나간 적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조사해 본 거지?” 초명윤이 말했다. “소세예는 나와 연배가 같다. 그가 열다섯이었던 때는 12년 전 흉노가 대하를 공격해 온 해이기도 하지. 사실 그는 소결을 따라갔기 때문에, 등록부가 없더라도 말이 돼.”

“조사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 장군은 소결이었지만, 크고 작은 전투에는 모두 소세예의 흔적이 있었어요. 대장군의 외아들이니 단순한 군인은 아니었을 겁니다.”

초명윤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소세예가 말하는 것을 보면 당시에 대략 무슨 있었던 것 같아. 소결의 권한으로 소세예의 이름을 장부에서 지우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으니까.”

“그렇다면 그 당시 소세예 휘하의 군대도 기록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도 전혀 없었어요.”

“장부에도 없고, 다른 사람도 몰라. 그럼 두월에게는 물어봤고?”

“물어봤어요. 하지만 당시의 두월은 겨우 여덟 살이었죠. 더구나 금릉과 장안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을 리 없을 테고요. 그의 반응을 보면 가족들도 그에게 이 사실을 언급한 적이 없는 것 같더군요.” 진소가 말했다. “사형, 소세예가 거짓을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초명윤은 침묵했다. 그는 그 당시 소세예의 표정을 아직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마치 천 가지 생각이 소리 없이 물속으로 떨어져 옅은 미소에 녹아든 것만 같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어떻게 안 겁니까?” 진소가 물었다.

초명윤은 잠시 고민해 본 뒤 천천히 말했다. “거짓이라니, 이러면 소세예의 거짓말 치고 너무 쉽게 들통난 셈이야. 우리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겠지.”

몇 마디 말 아래에 수많은 계산이 가려져 있었으니, 다른 사람이라면 그 의미를 알아내기까지 한참 궁리해보아야 한다. 잠시동안 진소는 이 두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면 좋을지 몰랐고, 무표정하게 말할 뿐이었다. “오.”

“지금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안성의 높은 성벽은 이미 먼 곳에서 어렴풋이 보였고, 깃발은 바람에 펄럭였다. 창황苍黄색의 성벽은 그 안에 번화한 도시를 감출 수 없었다. 이곳은 학자들의 꿈이 있는 곳이고, 야망을 추구하는 이에게는 금과 옥의 도시이며, 권력자들이 소리 없이 싸우는 전장이다.

초명윤은 입꼬리 올리며 웃었다. 말끝에는 약간의 기대가 담겼다. “그와 나에게는 앞으로 충분한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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