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代/군유질부君有疾否

2장.

shipo 2024. 3. 11. 16:54
세예, 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해 왔어.


세예, 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해 왔어.

만약 장안의 아직 출가하지 않은 아가씨들에게 마음에 드는 신랑감을 선출하게 한다면, 일등은 의심할 여지없이 당조의 어사대부 소세예일 것이다.

소세예는 출신이 뛰어나고, 조상 3대가 모두 명장이며, 그의 아버지 소결苏诀은 선제가 어린 황제와 국정을 맡긴 신하였다. 또한 그는 삼공으로 황제의 총애와 신임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성품은 조금도 거만하지 않고, 사람됨이 점잖고 우아하며, 사람을 대접하고 물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온화하고 예의 바르다. 그랬기에 자신의 가족과 중매를 들려는 사람들이 완곡한 거절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그를 사위로 받아들이려 했다.

그러나 초명윤은 소세예가 예의 바른 것 같지만 사람과의 거리를 적절히 조절하고, 온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원하다고 느꼈다. 그는 이런 사람과 사귀는 것이 내키지 않았기에, 비록 두 사람은 여러 해 동안 같은 조당에 있었고, 초소 양당은 끊임없이 다투었지만, 그와 소세예는 인사나 하는 사이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는, 더 많이 연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초명윤은 대전에서 걸어 나와, 퇴청하여 궁을 나온 백관 속에서 경도 일등 신랑감의 덕과 재주를 겸비한 자제 같은 모습을 한눈에 찾아냈다.

“소 대인, 잠시 괜찮으신가요.”

소세예는 걸음을 멈추고 옆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초 대인께서 볼 일이 있으신가요?”

“음.” 초명윤은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내가 어떤 말을 오랫동안 생각해 봤는데, 여전히 당신에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요.”

“말씀하세요.”

초명윤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소세예의 손을 잡았다. “진정 들으시렵니까?”

“승낙하던 승낙하지 않든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하면 될 일이지요.” 소세예는 달갑지 않은 듯 손을 빼내려 했으나, 더욱 꽉 잡혔다. 그는 옅게 미소 지으며 주변을 지나는 관리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최근 경중에 초 대인이 남풍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소 모는 의혹을 피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혹을 피한다고요?” 초명윤은 슬픈 기색을 띠고는 머리를 살짝 기울였고, 상대방이 반응하기도 전에 빙그레 웃으며 두 손으로 그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세예, 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해 왔어.”

궁도를 걷는 백관의 걸음이 일시에 휘청거렸다.

“……” 소세예는 잠시 멍해 있다가, 지난날과 다름없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농담은 재미없어요, 초 대인……”

“날 못 믿는 겁니까?” 초명윤은 그의 말을 끊고 또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온 얼굴에 진심을 담았다. “천지에 대고 맹세하건대, 나는 이번 생에 오직 장가들기만을 원하고……콜록……오직 당신과 함께 해로하기를 원하는데, 원하십니까?”

“원하지 않습니다.” 소세예는 간곡히 말했다.

“과연 이렇기에, 나는 이전에 감히 당신에게 내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습니다.” 초명윤은 얼굴빛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나는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설령 바라지 못하더라도, 어쨌든 시도해 봐야 한다는 것을요.”

“초 대인께서 혹시 사람을 잘못 보신 것은 아닌지요? 당신과 저는 줄곧 동료의 우정과 불과했는데, 언제 고해苦海의 정수情愁가 되었습니까?” 소세예는 웃으며 말했다.

*苦海 고해. 고통의 세계.
*情愁 정수. 슬픔과 괴로움의 감정.

초명윤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당신의 이 말은 내가 이전에 당신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한 것을 탓하는 겁니까?”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초 대인께서 생각이 많으셨어요." 소세예는 가까스로 손을 빼냈다.

“당신이 지금 믿지 않아도 나는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훗날 나는 반드시 증명해 낼 겁니다. 세예, 내 마음은 거짓이 아닙니다.” 초명윤은 소매 속에 손을 숨겨 스스로를 꼬집으며, 깊은 정을 담아 말했다.

소세예의 미소가 돌연 깊어졌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온화하고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 병에 걸린 것은 아닙니까.”

“상사병이지요.” 초명윤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실례했습니다.” 소세예는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돌려 떠나갔다.

“당신이 마음을 돌릴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초명윤은 애틋한 눈빛을 하다가 상대방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나서야 표정을 거두고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각 관료의 복잡한 시선에 개의치 않고 그 자신을 훑어보면서, 자신의 연기는 비록 과장됐지만 효과는 대단해 만족스럽다고 느꼈다.

초 대인은 오늘 궐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

여름날이 편안하고 한가롭자, 소부의 문지기인 시위는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쳐들고 눈을 가늘게 뜨고 화창한 햇빛을 즐겼다. 마음이 한창 편안해졌을 때, 귓가에 갑자기 혼란스러운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 그는 삿대질을 하며 부府 안으로 돌진하는 사람을 가로막고 엄하게 소리쳐 물었다. “누구냐!”

누군가는 걸음을 멈추고 나서야 부딪히지 않고 무릎을 짚고 얼굴을 들어 청초한 소년의 얼굴을 드러냈다. 소백苏白은 머리의 땀을 훔쳤다. “나야!”

시위는 도련님의 밀착 시종임을 알아차리고 급히 병기를 거두었고, 사과하면서도 야유를 참지 못하고 웃었다. “왜 이렇게 서둘러, 공자님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너한테 가려고 그랬지." 소백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큰일 났어, 공자님은?"

“방금 공자님을 서재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으니 아직 계실 거예요.”

소백은 즉시 서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 단숨에 문을 밀면서 급히 말했다. “공자님! 큰일 났어요!”

서재 안의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자기 집 공자님 옆에 있던 중년인의 모습이 보이자 소백은 발에 힘이 빠져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집사 소의苏毅는 고개를 돌려 소세예에게 예를 차리고 말했다. “그럼 속하属下는 먼저 물러가 보겠습니다.” 소세예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자 소의는 비로소 소백 앞에 가서 눈썹을 찌푸리고 낮게 꾸짖었다. “예의가 조금도 없고, 안절부절 무슨 말을 하느냐!”

소백은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

소세예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소의는 말을 아끼며 그를 노려보고 경고한 셈 치고 가버렸다.

소세예는 탁상 뒤에 서서 낮게 웃었다. "누가 왔는지 제대로 묻지 않아 또 혼났지?"

소백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고, 코를 더듬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역시 공자님이 좋아요.” 그는 앞으로 나아가 소세예의 손에 들린 첩자帖子를 보고 물었다. “이건 뭔가요?”

“신과新科 장원인 송형宋衡이 보낸 청첩장이야. 며칠 후면 그가 축하연을 열거든.” 소세예는 청첩장을 한쪽에 놓았다. “전시殿试할 때, 그의 문장이 유창하고 강직한 것을 보았는데 얼굴을 익혀둘 만한 사람이야.”

*新科 신과. 그 해 과거에 합격한 사람.
*殿试 전시. 과거 제도 중 최고의 시험으로, 궁전의 대전(大殿)에서 거행하며 황제가 친히 주지함.

“오.” 소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좀 전에 무슨 말을 하고 싶었어, 무슨 큰일이 났다고?” 소세예가 물었다.

“오!” 소백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급히 말했다. “바깥사람들이 초 태위가 도련님을 사모한다고 말하고 있었어요!”

소세예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담담하게 말했다. “터무니없는 소리일 뿐이야.”

“그런데 차루茶楼에 소문이 쫙 퍼졌어요! 초 대인이 지금 공자님의 취향을 수집하느라 여념이 없대요. 공자님이 어딜 가봤는지도 알아보고, 부 안의 미희까지 깨끗이 해산시켰다는데……” 소백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속하는……가짜는 아닌 것 같아요.”

“나는 그와 접촉이 거의 없는데 지금 갑자기 나를 사모한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어?” 소세예는 그를 쳐다보았다.

소백은 고개를 끄덕였고, 소세예의 눈빛을 마주하자 이어 잽싸게 고개를 저었다.

“소문은 그냥 놔둬. 부러 반박하는 것은 은폐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저절로 흩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아.”

“안 돼요, 공자님!” 소백은 조급해하며 말했다. “이렇게 하다가는 앞으로 가정을 이루기가 어려워져요! 당신은 지금까지 장가들지 않았는데, 지금 이런 일이 생겼으니,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오해하지는 않을지…… 초 태위라는 이 싸움만 봐도 앞으로 어떤 아가씨가 감히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요!”

“……네가 오히려 길게 보는구나.” 소세예는 한숨을 내쉬며 불이 난 듯한 보습을 보고 하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소매 속의 옥패를 찾았다. “그럼 너……”

“아니에요! 공자님은 그들이 어디까지 이야기했는지 모르잖아요!” 소백은 그의 말을 끊고 또 얼굴을 붉히며 한참을 우물쭈물하고서야 모질게 마음을 먹고 말했다. “그들은 공자님이 늠름하고 정기가 넘친다고 말했어요. 그 초명윤은 침대에서…… 대부분 아래예요.”

“……” 소세예는 손을 떼고 느릿느릿 찻잔을 들고, “오” 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럼 이건 나를 칭찬하는 거 아니야? 한가한 사람의 실없는 말이니 신경 쓸 필요 없어.”

소백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복잡함이 돌았고, 마지막에는 문득 크게 깨달은 후의 탄복이 되었다. “공자님, 당신은 과연 기개가 비범하군요!”

“그건 말 안 해도 알아.” 소세예는 웃으며 말했다. “데려온다던 사람은?”

“만났어요. 뒤따라 온다 하였으니, 지금쯤 도착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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