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文

암련暗恋

shipo 2024. 3. 11. 21:48


이 익살극의 주인공은 줄곧 그였다.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오직 그 사람만이 홀로 서 있었다.

태그: 화계우계花季雨季, 학원, 정극, 암련暗恋[각주:1]

송천宋辰,주웨이祝维

한 줄 소개: 이 익살극의 주인공은 줄곧 그였다.

입의: 학교폭력

진강문학성(원문): https://www.jjwxc.net/onebook.php?novelid=4343460


[01.]

셋째 날, 주웨이는 여전히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듣자 하니 그의 부모가 진작 경찰에 신고해서, 지금은 도시 전체가 그의 행방을 찾고 있다.

나의 시선은 참지 못하고 그의 자리로 미끄러졌다. 설날 전의 시험의 답안지가 금방 나와 교과서 아래 깔려있어, 그가 마치 언제라도 돌아올 것만 같다.

종일 나는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었고, 왕둥의 사람들도 매우 실망했다. 그들은 과대표로부터 주웨이의 그 답안지를 빼앗아 또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도란도란 쑥덕이면서, 익숙하고 호의적이지 않은 웃음을 지었고, 주웨이가 돌아와 보았을 때의 반응을 기대했지만 그는 오늘도 나타나지 않았다.

옆반의 친구조차도 모처럼 내게 물었다. “너희 반의 그 너를 짝사랑하던 남학생이 실종되었다면서?”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학교 전체가 3반의 한 남학생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있고, 반 전체가 그가 나를 짝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왕동이 고의로 퍼뜨린 헛소문으로 유일한 용도는 고립된 주웨이를 모욕하는 것이었다.

이 익살극의 주인공은 줄곧 그였다.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오직 그 사람만이 홀로 서 있었다.

거기에 나는 단지 도구로 사용되는 코드명일 뿐이니, 다른 사람으로 바꿔도 나쁠 게 없다. 단지 개학했을 당시 내가 그와 접촉했기 때문에 지목당한 것이다.

비 온 뒤의 아침 자습, 공기가 습하고 청량하다. 주웨이는 강단에 서서 방학에 배치한 독후감을 국어과 대표인 자신에게 제출하라며 재촉했다. 그는 흰 셔츠를 입었는데, 강단에서 내려올 때 바람이 가볍게 불어 옷자락이 흩트렸다. 그리고 나는 지나가는 그를 불러 뻔뻔스럽게 숙제를 가져오는 것을 잊었다며 좀 봐달라고 부탁했다.

주웨이와는 말이 잘 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선생님께서 늦어도 내일 아침까지 모든 숙제를 자신의 책상 위에 제출하라고 하셨으니, 빨리 쓰면 틀림없이 늦지 않을 거야.”

결국 아갼자율학습까지 늦게 미루자, 그는 어쩔 수 없이 한창 대화 중인 내 곁으로 다가와 책상을 두드렸다. “너 뭐 좀 잊지 않았어?”

“잠깐만 기다려, 금방 낼게!” 나는 숙제를 꺼내 펜을 휘두르며 급하게 썼다.

주웨이는 다가와서 훑어보았고, 어렴풋이 그의 옷깃의 비누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거의 다 썼어?”

“곧이야, 끝내기까지 두 단락 밖에 안 남았어!”

“좋아.” 그는 한숨을 쉬며, 책을 들고 내 앞의 빈자리에 앉았다. “그럼 잠깐 기다릴게.”

다른 사람들은 계속해서 물건을 정리하고 하교를 했다. 마지막 학생이 나에게 불을 끄고 문을 잠그는 것을 잊지 말라고 인사하자, 교실에는 우리 두 사람만 남았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책을 뒤적였고, 나는 슥슥 글씨를 썼다.

그뿐이었다.


[2]

나는 주웨이가 어떤 식으로 왕둥을 건드렸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그가 왕둥에게 대필해 주는 것을 거절했다고 말했고, 어떤 사람은 그가 왕둥에게 표절과 부정행위를 허락하기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왕둥이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줄여 자질구레한 일에 불과하다.

그가 동성애자라는 소문은 광풍처럼 전교를 휩쓸었고, 그에 따라 멀리 피했다. 조롱과 비웃음, 책상 위로 뿌려진 하얀 얼룩, 찢어진 책 표지에 싸인 에로 잡지. 많은 사람이 달라붙은 탓에 내 몸으로 떠밀려 오자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미안해.”

주웨이의 남과 다른 점은 크게 논의되었다. 그의 희고 맑은 얼굴, 우수한 국어 성적, 조용하고 낯가리는 성격은 이 순간 모두 성적 취향의 증거가 되고 있었다.

그는 담임 선생님에게 말하려고 시도했다. 동성애에 대한 소문을 숨겼고,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첫 번째로, 선생님은 왕동과 그 패거리를 불러서 한바탕 훈계했다. 두 번째로, 선생님은 고등학생씩이나 되었으면 스스로의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선생님은 왜 그에게 표적이 되었을까, 스스로 반성은 해본 것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주웨이는 침묵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의 양보는 한 푼의 가치도 없었다. 그 사람들은 이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고, 따분하고 재미없다고 느끼지도 않았다. 도리어 그들은 누가 먼저 그의 평온한 모습을 찢어낼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 펼쳤다.

그들도 확실히 해냈다.

왕둥을 필두로 하는 몇몇 남학생들은 칠판 앞에서 분필을 휘두르며 무엇인가를 썼고, 웃음과 욕설이 섞인 환호성을 질렀다. 주웨이는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소매로 지워보려고 애썼다. 내가 교실 문턱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소리쳤다. “빨리 봐, 좋아하는 사람*이 왔네.” 떠들썩한 분위기는 마치 광희狂喜를 방불케 했다.

*원문; 正主. 좋아하는 사람 또는 최애를 뜻함

나는 칠판의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휘두르는 듯한 글자를 보고 문 앞에서 굳어졌다.

——주웨이는 쑹천을 짝사랑한다.

——주웨이는 지난주에 쌍천에게 방을 잡으러 나가려다 했다가 거절당했다.

——주웨이는 남몰래 쑹천으로 자위를 했다.

나는 더 이상 읽을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리자 주웨이의 눈에 부딪혔다. 거기에는 난감함, 수치심, 혐오감, 고통, 슬픔이 있었다. 곧이어 분노가 그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주웨이는 눈시울을 붉히고 극적으로 과장된 감정을 드러내며 옆에 있던 남학생을 강단에서 밀어냈다. 그 남학생은 깜짝 놀란 채 바닥에 쓰러졌다. 이어 칠판을 잡고 세게 내려치자 선혈이 용솟음쳤다.

애석하게도 반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그는 제압당했다. 점잖은 학생이 어떻게 한 무리의 날라리들에 대처할 수 있겠는가. 그는 힘껏 발버둥 쳤고, 욕설마저도 어휘가 부족했다.

나는 뻣뻣하게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보고 있었다.

나도 영웅처럼 달려가서 같이 얻어맞더라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면 나와 그의 이야기를 더욱 짙게 칠하여, 그가 동성애자라는 소문을 굳건하게 하지 않을까?

학년 주임은 나의 망설임을 지나치듯 달려와 두 사람을 교무실로 데려갔다.

먼저 손을 댄 것은 주웨이였다. 하물며 그는 죽어도 원인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칠판의 글자는 이미 혼란 속에서 왕둥 패거리에 의해 지워졌다.

선생님들은 성적이 우수한 이 학생에게 매우 실망했다. 그는 국어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자리는 구석으로 옮겨져 점점 더 조용하고 외로워졌다.

나는 자기애적인 추측을 했다. 그는 왜 소문을 퍼뜨린 일을 말하지 않았을까. 선생님들도 그를 이상한 시선으로 볼까 봐 두려웠던 걸까. 아니면 나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았던 걸까?

나는 주웨이에게 물어보려고 시도했다. 그가 교무실로 끌려간 날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후, 나는 모퉁이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주웨이는 불현듯 몸을 돌렸다. 그 순간의 표정은 거의 붕괴에 가까웠다. “그만해! 너희들 나를 놓아줘, 제발 좀 떨어져 달라고!” 그의 목소리는 쉬었고, 쉰 목소리로 분풀이를 했다. 또 힘이 빠지고 정신이 들자 한편으로는 나를 향해 손사래를 치며, 한편으로는 허겁지겁 도망쳤다. “미안해, 나는 널 탓하지 않아…… 미안해……”

나는 쫓아가지 않았다.

가끔 나는 영웅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더 많은 경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접근할 수 없고, 위로할 수 없을뿐더러, 함께 할 수 없으며, 물론 그를 안아줄 수도 없다.


[3]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주웨이를 잘 모른다.

나는 그가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문학서적을 자주 읽는다는 것을 안다. 수학을 잘 못한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검지손가락으로 이마를 비비며 사색하고, 문제에 자신이 있으면 입꼬리를 오므리며 남몰래 웃는다.

하지만 나는 그를 잘 모른다.

그를 알아볼 기회도 없었다.


[4]

일곱째 날, 강에 남자 시체 한 구가 떠올랐다.

경찰은 조사를 통해 그가 자살한 것으로 확인했다.

주웨이는 설날 연휴가 끝날 때, 학교로 등교하지 않고 강둑에 올랐다. 겨울 섣달 그믐날이 그렇게 추웠는데, 나는 그가 뛰어내렸을 때 강물이 차갑다고 느꼈을지 알 수 없었다.

선생님이 소식을 알릴 때의 말투는 약간의 안타까움을 띠고 있었다. 교실에는 기괴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 후 수업시간에 한 여학생이 분노하며 왕둥에게 물었다.

나는 산산이 흩어진 말에서 자초지종을 짜냈다. 그들은 연휴 기간에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들었고, 주웨이의 개인정보를 동성애자 즉석 만남 사이트에 올렸다.

말다툼 속에서 나는 서랍에서 핸드폰을 몰래 꺼냈고, 그 사이트의 게시물을 검색해 열었다.

주웨이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몰래 찍힌 옆모습이다. 그는 또 흰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집중해서 문제를 쓰는 등 뒤로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우스운 것은 내가 그의 옆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다가 참지 못하고 사진을 저장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주웨이의 사진이다.

스크롤을 내렸다. 그의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날조된, 더럽기 짝이 없는, 배고프고 목말라 보이는 자기소개. 댓글창도 미친 듯이 기뻐하는 분위기다.

요 며칠 그는 얼마나 심한 고통을 겪었던 걸까?

나는 생각지도 못했다.

내 마음도 강물에 얼어붙은 것처럼 마비되었지만, 내 손은 분노로 인해 떨렸다.

나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일어서서 걸상을 들고 왕둥에 몸에 힘껏 던졌다. 나는 미친 듯이 그의 목을 졸랐고, 누구도 끌어낼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진심으로 이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나는 마침내 달려들었지만, 그 순간의 느낌은 조금도 유쾌하지 않았다.

나는 영웅이 아니다. 언제나 겁쟁이였다.


[5]

주웨이가 어떻게 자살할 수 있어.

그는 그렇게 부드럽고 순한 사람이었는데.

도대체 누가 그를 몰아세워 죽였는가,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아마도 왕둥일 것이다.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그 비가 온 뒤, 이른 아침에 흰 셔츠를 입은 소년이 강단에 서 있을 때 저지른 실수.

어쩌면 나는 그가 묵묵히 야간 자율학습에서 기다리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쩌면 나는 뻔뻔하게 그에게 용서를 구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쩌면 나는 그를 부르지 말았어야 했다.

어쩌면 나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쓰인 독후감을 뜯어내고 서랍에 숨기지 말았어야 했다.

  1. 남몰래 사랑하다. 짝사랑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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